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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유리 구두 임자를 찾습니다." 이것은 신부를 구하는 동화속 왕자의 외침이 아니다. LG의 마케팅 전략이다. 최근 LG가 실시한 화장품 판촉 전략은 무척 기발하였다. 그 전략은 다름 아닌 전국 10개의 대도시 백화점을 중심으로 '유리 구두 임자 찾기' 페레이드를 벌인 것이다.매장안에 유리 구두를 준비해 놓고 그 구두를 신어 동화속 신데렐라처럼 발에 꼭맞는 여성들에게 립스틱을 선물로 준다고 한다. 이 기발한 발상은 최근 종영한 <신데렐라>라는 드라마가 낳은 신데렐라 열풍에 힘입어 여성들의 소비 의식을 뒤흔들어 이윤을 극대화시키겠다는 야심찬 의도에서 나온 듯하다.

'유리 구두 발맞추기', 얼마나 기막힌 상술이다. 이 판촉 전략은 바로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성을 상품화하는 기업 상술의 한 단면이다. 한마디로 기업의 마케팅 전략은 우리 문화의 '여성다움' 이데올로기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성의 상품화에 일조 하게끔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잘나가는 업종 중의 하나로 '이미지 컨설팅'을 들 수 있다. 이 업종은 제 15대 대선의 후보자들이 벌이는 이미지 메이킹 열풍과 맞물려서 더욱 번창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아주 흥미로운 점은 바로 이미지 컨설팅의 주고객은 유명 인사나 전문직 종사자들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보통 시민들이라는 사실이다. 요즘과 같은 대중사회에서 우리의 몸(육체)은 더 이상 정신을 담는 그릇 혹은 정신적 가치를 보완해 주는 단순한 하위개념이 아니다. 그래서 한 사람의 몸은 그것은 어떻게 가꾸어지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정신 수준은 물론 존재 의미까지도 정립시켜 주는 키워드가 되었다. 한마디로 우리가 아무리 부인하고 거부한다고 해도 요즈음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자아 표현 가치는 바로 육체 관리, 즉 이미지 만들기이다. 수십만원을 주고 이미지 컨설팅을 받은 한 자동차 세일즈맨의 고백이다. "전에는 나는 사나운 인상과 촌스러운 스타일을 가졌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외모 컴플렉스에 빠져서 매사를 자신이 없고 주변 사람들도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날이 갈수록 나는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침묵하게 되었고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지 컨설팅을 받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나는 이미지 관리 사가 조언하는 대로 기존 스타일을 바꾸었다. 그랬더니 주변 사람들은 눈에 띄게 나에게 관심을 표명했으며 나 또한 스스로 외모에 자신감을 갖게 되어 매사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다. 나는 요사이 아주 재미있게 직장생활과 가정 생활을 하고 있다." 이 세일즈맨의 고백은 정신적 가치에 기반을 둔 몸가꾸기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물론 이 성공 사례처럼 이미지 관리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면 엄청난 돈을 투자해도 아깝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우려해야 할 문제는 바로 이미지 바꾸기가 아니라 획일화된 이미지 창출에 있다. 특히 여성들의 왜곡된 이미지 창출은 큰 문제이다. 왜 여성들의 이미지는 왜곡되는가© 그것은 바로 자본주의 상술이 '여성'의 몸관리를 통제하기 때문이다. 또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인 획일성이 박힌 한 가지 형태의 여성 이미지만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우리들에게 있어서 몸가꾸기는 중요한 성공의 관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몸가꾸기의 기본 개념이 '건강'으로서의 가치가 아니라 '섹시함'으로서의 가치로 변모된 것이다. 실제로 여성들의 날씬함에 대한 욕구는 '건강유지'나 '활동하기의 편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적인 성공의 요소'이자 '성적 어필'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 시대의 많은 여성들은 여성 스스로의 날씬함, 매력적임에 대한 욕망을 자신 스스로의 경험이나 욕구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욕망의 대상 혹은 이익의 대상에서 비롯된다는 데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므로 섹시한 여성 혹은 날씬한 여성의 현실이란 바로 여성의 주체적 경험속에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소비의 대상으로 만들어진 경험인 셈이다.

여성의 날씬함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뚱뚱한 여성은 대접을 받을까© 아마 그 여성은 '자기 관리에 소홀한 게으르고 미련한 여성'이라고 평가받을지 모른다. 머잖아 그런 평가를 받아 온 여성은 사회에서 비난받진 않고 성공하기 위해서 그러한 압력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돈으로 날씬해지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다. 여전히 '머리 나쁜 것을 참을 수 있지만 못생긴 것은 용납할 수 없어'라는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가 판을 칠지 모른다. 그러나 여성의 외모가 능력보다 더 중시되는 사회일수록 여성들은 다른 사람의 욕구나 목적에 의해서 자신의 인생을 채우게 될 것이다.

지금 시내 중심지에 나가 보자. 여성들은 많이 있지만, 그들의 이미지는 하나이다. 대다수 여성들의 몸매 가꾸기, 화장술, 헤어스타일, 심지어는 능력 발휘 방법까지도 동일하다. 또 그들이 소유한 여성의 사회적 성공에 대한 신화까지도 같다. 그래서 어떤 뜻있는 여성이 '날씬하기'를 거부하거나, '자신만의 독특한 삶'을 발휘하려 한다면, 그녀는 동시에 '소외'와 '배제'라는 거대한 압력과 싸울 준비를 해야만 한다. 여성의 몸은 돈에 의해서 대상화되고 하나의 볼거리로 한 것 발휘되었다. 그래서 "여성은 외모"라는 기존의 성차별 관념이 더욱 고착되었다. 어떻게 여성은 볼거리

대상으로서의 평가를 거부할 것인가© 주변 여기 저기에서 여성들의 '유리 구두 발맞추기'가 지속되는 한 , 그들이 누릴 삶의 다양성은 오로지 '그림의 떡'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