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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에 신들린 사회

 

동화 <백설공주>에 나오는 왕비는 항상 거울에게 확인하였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냐"라고.... "숲속에 사는 백설공주가 가장 예쁘다"라는 정직한 거울의 답변 때문에 결국 백설공주는 왕비에게 살해당하였다. 그런 후 왕비는 거울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로 찬사를 받게 되었다. 외모 때문에 딸이 새엄마에게 살해당한 내용의 이 동화는 우리에게 하나의 문제를 던져 준다. 정말 우리들에게 외모는 그토록 중요한가©

이러한 의문을 갖고 <백설공주>를 읽을 사람은 아마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대체로 우리들은 백설공주는 빼어난 외모를 지니고 있다고 생생할 것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여주인공은 백설공주에 그치기 않는다. 모든 동화의 여주인공은 아름답다. 그래서 <숲 속의 잠자는 미녀> , <신데렐라> , <인어공주>는 그들의 외모에 끌린 왕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역시 여자는 예뻐야 해"라는 말은 절대적인 상식이다. 우리들은 여자를 보면 쉽게 "아름다운데", "예쁜데", "귀여운데", 또는 "못생겼네", "촌스럽네", "투박하네" 등등의 외모를 기준으로 평가하게 된다. 남자를 평가할 때도 이처럼 외모 지향적일까© 그렇지 않다. 남자들에 대한 평가는 철저히 사회적 능력 위주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나라의 속담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여자 나이 삼십이면 눈먼 새도 돌아보지 않고 여자 나이 사십이면 장승도 돌아보지 않는다.', '여자는 첫째는 인물이요, 둘째가 마음씨다', '여자는 가지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면 예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좋아하지만 젊은 남자는 자기 나이보다 늙어 보인다면 사회적으로 신임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좋아한다.' 이처럼 외모 지향적인 여성 평가에 대한 사회적 통념 때문에 수많은 여성들은 외모 컴플렉스에 빠지게 된다. 우리 사회에 뿌리깊은 외모에 대한 고정관념은 여성들에게 인생에 있어서 외모가 가장 중요하고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느끼게 한다. 따라서 선망할 만한 아름다운 대상을 설정해 놓고 끊임없이 그것을 추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칫 외모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열등감을 둔갑하여 결국 여성 스스로가 자존적 주체로부터 일탈하는 현상을 보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외모 컴플렉스이다. 외모 컴플렉스란 여성을 사회속에서 주체적 자아를 적극 실현시키는 능동적이고 개성 있는 존재가 아니라 순종적이고 의존적인 그리고 남성의 부속물로 평가하는 메커니즘이다. 물론 여성에게만 외모 컴플렉스가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성에게 있어서 외모란 성적으로 규정되기 때문에 기능적으로 규정되는 남성의 외모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대체로 우리 사회에서 평가되지만 남성은 '여성'을 부양하고 자아를 실현시키는 '유능함'을 기준으로 평가된다. 외모지향 이데올로기는 언제부터 형성되었는가©

외모 컴플렉스로 인하여 이데올로기가 시작된 것은 아마도 분업 현상이 뚜렷해진 원시 공동사회 말기부터인 듯싶다. 생물학적 조건에 따라 자연스럽게 성별 분업이 이루어진 윈시공동 사회에서는 적어도 남녀간의 '사회적 차별'은 존재하진 않았었다. 이 시기의 이상적인 여성상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성이 아니라 풍요로운 물질을 생산하고 생명을 생산하는 주체적 존재, 그리고 그것을 통해 생계 유지를 가능케 하는 건강하고 풍만한 여성이었다. 그러나 원시시대 말기 생산력의 발전과 사회적 잉여의 발생으로 인하여 남녀관계의 구도는 크게 변하였다. 여성의 역할 역시 새롭게 구성되었다. 가부장제의 남녀관계는 남성에 의한 여성노동력의 지배를 말한다. 이러한 지배는 여성이 경제적으로 필요한 생산 자원에 다가가는 것을 배제한다. 따라서 가부장제에 기발한 노예제. 봉건제사회의 여성의 지위는 남성의 사회. 정치. 경제적 지위를 통해서 규정되었다. 이 시대의 여성의 최대의 역할은 아들을 낳고 정숙하게 가사일을 담당하는 일이었다. 이에 따라서 여성들은 서서히 사회적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공적인 임무 대신 사치와 외모 치장 등에 관심을 돌이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여성들의 신분상승 기회는 공적인 사회활동보다 오히려 사적인 외모가꾸기에서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사회에서 가장 환영받는 여성상은 '꽃과 같은 아름다움'이며 이것은 남성의 권력과 권위에 버금가는 상징이었다. 이 시대의 미인이란 장식물처럼 작고 연약한 인형처럼 여린 외모를 지닌 여성이었다. 이러한 미인은 마치 남성의 소유물처럼 보호받고 동시에 남성의 권력과 권위(능력과 성공)를 빛내 주는 부차적인 도구이며,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권위와 부차적인 도구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권위와 지배에 수반되는 종속의 산물이었다. 이렇게 미에 대한 기준은 사회의 변모에 따라서 그리고 지배 이데올로기 형태에 따라 변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 역사 이전 사회의 신화나 전설속에서 미인이란 생명의 생산자, 풍요의 여신, 우주창생의 어머니로서 풍만한 여성의 모습이었다.

조선 시대에서 미인은 '난초', '모란' 과 같은 꽃에 비유되었다. 특히 고전소설에 등장하는 미인들은 하나같이 '보름달 같이 둥글고 흰 얼굴', '작고 가는 눈', '앵두처럼 붉고 탐스러운 입술', '버들가지와 같은 가는 허리', 그리고'꽃같이 아름다운 자태'를 지녔다. 동시에 이같은 외면적인 특징뿐만 아니라 순종이라는 전통적인 여성상의 기준을 설정하고 이것을 사회적 규범으로 여성들에게 요구하였다. 그러나 20세기 초 서구 문물의 도입과 여성의 교육 기회의 확대는 우리의 미적 기준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아름다운 여성이란 서구식으로 갸름한 얼굴, 쌍꺼풀진 눈, 늘씬한 키 등을 소유해야만 했다. 이러한 미는 전통적인 여성의 기준과 판이하게 다른 양상이다. 미의 이러한 기준은 특정 계층의 여성들에게만 한정되지 않고 보편화되었으면 산업화 이후 이같은 미의 판단 기준이 더욱 본격화되었다. 그 결과 여성들을 겨냥한 외모가꾸기 산업은 거대하게 확장되었고 외모 컴플렉스를 더욱 강화시켰다. 여성들의 외모 컴플렉스는 자본주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여성억압 이테올로기로 구축되었다. 시장경제 원리가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가치를 규정하는 외모를 컴플렉스는 곧 이러한 컴플렉스를 극복하려는 욕구를 자극하는 자본과 결합하여 엄청난 미 산업을 창출함으로써 여성억압 기제로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렇듯 원시시대부터 초기 자본주의 시대까지 미인의 기준은 그 사회의 상황변화에 따라 변화하지만 이것이 남성 중심 사회가 설정한 이데올로기라는 점에서 그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즉 역사적으로 미인이란 '사고력이 없는 아름다운 외모의 순응적 성격의 여성'이었으며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아름다움이 것이다. 가부장제도 즉 남성지배 이데올로기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여러가지 모습을 띠고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