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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적은 정말 여자©

 

"여자의 적은 여자예요." 이것은 일전에 내가 만난 한 남녀평등론자의 말이다. 그는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성차별적인 양상을 비판하면서 여성들 스스로가 성공한 여성에 대한 적개심을 떨쳐 버릴 때 성차별이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말 여자의 적은 여자인가© 물론 때때로 여자가 여자의 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분명 이것은 우리 사회가 갖는 빚어낸 성고정관념의 산물이다. 알고 있듯이 우리 사회에서 남녀는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 가지 역할, 직업, 심지어는 몸가짐에서조차 철저히 다르게 사회화된다. 그래서 만약 한 여성이 남성처럼 행동하면 그녀는 반드시 "여자답지 못하다"라고 비난받게 된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여성의 적은 여성으로 만든 왜곡된 사회 구조이다.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유아기 때부터 남녀차별적인 사회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남아들은 용기, 지혜, 적극성 등을 강조하는 학습에 매달리지만 여아들은 전통적인 여성상으로 학습된다. 그래서 남아는 용감하고 사려깊은 의리 있는 남성으로 반면 여 아는 순응적이고 친절하면 인내심이 강한 여성으로 길러진다.

이러한 차별적 학습 때문에 남녀 아이들의 놀이기구나 어휘 및 행동 방식 등이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남아들은 주로 총검류, 운동용품 등을 가지고 놀지만 여아들은 인형, 모조 가사용품 등을 가지고 논다. 어휘 선택이나 행동 방식에서도 차별적인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어휘 선택이나 행동, 몸짓을 보이는 남아들은 남자다움을 지닌 아이로 평가되지만, 여아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 만약 한 여성 아이가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이나 말투를 갖는다면 그 아이는 가정교육을 잘못 받은 아이로 비난받는다. 학교 교육의 현장에서도 남녀 차별은 심하다. 남학생들은 주로 기술 과목이 필수이지만 여학생들에게는 가사과목이 필수가 된다.

남학생들은 스포츠를 통해서 적극적인 태도와 경쟁심을 기르지만, 여학생들은 무용 과목을 받음으로써 적극적인 태도보다는 부드럽고 순한 태도를 배운다. 남학생들은 수학, 물리, 화학, 등과 같은 수리 분야를, 반면 여학생들은 음악, 미술과 같은 감성적인 분야를 선호하도록 강요받는다.

남녀 대학생들의 전공 학과를 보자 . 대체로 남학생들은 법학과, 행정학과, 정치학과, 기계과, 토목과 등이 학과에 포진해 있는 반면 전통적으로 여성들의 학과로 평가되는 간호학과, 가정학과,. 유아교육과, 식품영양학과에는 거의 적을 두지 않는다.

노동시장의 왜곡된 구조는 여성을 사회의 주변 부로 몰아 넣는 또다른 주범이 되고 있다. 경제활동에서의 핵심부란 바로 안정적인 고용구조, 쾌적한 근무분위기, 전문성, 고임금, 등의 특성을 갖는다.

반면에 주변부는 이와 대칭되는 직업적 특성을 보인다. 이런 사회 구조속에서 여성은 2등 시민으로서 노동 현장에 일시적으로 참여하고 있을 분 언제든지 가정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핵심부의 업무는 남성들의 몫이 되고 불안정한 고용 여건에서 여성들끼리 경쟁해야만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여성들간의 경쟁을 야기하는 또다른 현상은 업종별로 나타나는 성차별이다.

대체로 남성들은 권위와 위광이 부여된 직종을 독점하고 있으면 극히 예외적으로만 여성들이 기어들뿐이다. 예컨대 우리나라 여성의 기업 임원은 전체의 2~3%에 불과하여 대부분의 여성들은 단순 반복적인 직종이나 비서직 등과 같이 승진기회가 박탈된 직종만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 그 동안 남성의 영역으로 인식되어 온 직업 영역에서도 여성이 참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 현실을 들여다보면 여성들은 단지 남성들이 떠난 나머지 영역을 메울 뿐이다. 생각해 보자. 과거에 의사는 주로 남성들이 차지하였지만 최근 여성 의사들의 수가 급증하였다. 그러나 이들이 차지하는 분야는 남성의사가 기피한 마취, 가정의학과 같은 영역이다.

그 이유는 이 영역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반대급부가 다른 영역보다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대학교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자 교수들의 수가 상당히 늘었다고 하지만 주로 남자 교수들이 꺼려하는 가정과, 식품영양학과, 아동복지학과 등에 포진하고 있을 뿐이다. 남녀 차별은 그들이 받는 급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임금면에서 우리 나라 여성 근로자들은 같은 조건의 남성 근로자가 받는 임금의 약 60%를 받고 있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여성 근로자는 같은 조건의 남성 근로자 급여의 약70%, 그리고 북유럽 국가에서는 90% 이상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이 남자는 대체로 모든 생활 영역의 핵심부에 있지만 여성은 오직 주변부에 머물고 또 제한된 권력을 놓고 경쟁해야만 하는 현실 속에서 여성들이 숨쉬고 있다. 심지어 진취적인 여성들조차 사회의 핵심부에 진입하기란 너무나 어렵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여성들은 아예 사회의 중심부에 뛰어들기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주변부에서 여성들끼리의 제한된 권력 투쟁에 온 힘을 쏟을 뿐이다. 그렇다면 애당초 여성은 남성을 적으로 놓고 경쟁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것이 아닐가.

또 이런 구도하에서 여성의 적 혹은 배신자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여성의 과연 몇이나 있겠는가.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여자의 적은 아니라 바로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다. 그럼에도 왜 사람들은 '여자의 적'을 여자로만 치부하고 은폐하려 드는가.

그것은 바로 우리 사회가 내재하고 있는 성차별 이데올로기를 은폐하려는 음모의 결과다. 여자는 얼마나 더 여자의 적으로 남아야만 하는가. 여자의 적이 더 이상의 여자가 아닌 그 날, 우리는 성차별 이데올로기에서 해방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