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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대통령


김영삼 대통령이 온 국민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라는 이유 때문에 .

한보사태가 날치기 사건들이 고개숙인 아버지의 눈물로 가려져 버리는 순간이었다. 최근 소설 <아버지>는 출판계에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8월 말에 선보인 소설 '아버지'는 총 100만부를 돌파하고 여전히 하루에도 2만부씩 팔리고 있다. 왜 이렇게 이 소설이 경이로운 기록을 가진 베스트셀러가 되었는가© 어느 날 암선고를 받은 전형적인 중산층의 주인공이 가족을 위하여 자신의 삶을 회생했다는 이 소설이 자본주의 출판 마케팅 전략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는 한 마디로 '잘 팔리는 책' 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베스트셀러는 철저하게 경제적 조직체로서의 출판 행위의 산물이다. 베스트셀러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베스트셀러란 바로 한탕주의의 결과 혹은 광고의 산물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 소설을 들여다보자. 이것은 전형적인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다. 정말 이 소설의 배경처럼 우리 사회의 가족은 오로지 남성의 노력과 인내로만 지탱된단 말인가©

우리의 주변을 보자. 여성이 가장인 경우도 흔하며 여성의 부단한 인내와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가정도 많다. 우리네 어머니들은 자신의 삶보다는 남편이나 자식의 행복을 위하여 한평생을 바치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왜 우리 사회는 '고개숙인 아버지'에 대하서만 그토록 야단법석을 떨고 있는가. 그것은 바로 우리 사회가 남성의 권위와 역할에 의해서 유지되는 이데올로기에 젖어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오랜 세월 여성들은 늘 고개를 숙이고 살아왔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고개를 똑바로 쳐들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한 조직에서 남성처럼 고개를 당당하게 쳐든 여성들은 늘 맥없이 희생되거나 도태되는 일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요즘 들어 온 세상이 지나치게 '아버지 기살리기'에 허우적대고 있다. 언론은 많은 여성들이 현모양처의 길로 들어선다면 경제구조 석에서 명퇴,조퇴 당한 고개숙인 남성들이 다시 당당하게 어깨를 펼 수 있을 것처럼 떠들어댄다. 이와 맞물려 사화에서는 가사일을 잘하는 여성이 최고이며 외모 잘 가꾸는 여성이 이상형이라는 드라마나 광고가 빛을 발한다. 살림 잘하기로 소문난 주부들이 방송가에서 대접을 받고 많은 여성들에게 살림 잘하는 비법이라도 전수하려는 듯 현모양처들의 출판물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베스트셀러가 대중성을 담보한 포장된 돈벌이 산물이 듯이 '남성 기살리기' 운동 역시 가부장제의 왜곡된 문화적 산물이다. 이러한 가부장 문화에 길들여 여성 문화를 억압해서는 안되다.

엊그제 대통령이 고개를 숙였다고 모든 정치 현안을 간과해서는 안되듯, 소설 <아버지>라는 베스트셀러 의 배후에 묻혀져 가는 가부장제의 부활을 묵과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한순간 아버지로서 대통령이 고개를 숙였다고 해서 그의 모든 정치적 야망을 포기했다고 인식할 국민이 한 사람도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